현장

철도 비정규직 — 80일간의 서울역 농성


서울역농성장 사진(베스트)

철도 노사가 6월 27일 외주용역 노동자 1,432명을 올해 10월 1일부로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 합의는 문제가 많다.

문제 많은 합의

전체 철도 비정규직 9,200여 명의 압도적 다수는 직고용에서 배제됐다. 자회사 노동자는 직고용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코레일네트웍스(KN), 코레일관광개발(코관) 같은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제외됐다. 용역회사 철도차량엔지니어링(로테코) 소속 도장, 세척 노동자들도 ‘생명안전 업무를 맡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직고용 전환 대상인 노동자들도 전환직급, 정년, 임금 및 처우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코관, KN 같은 자회사가 맡고 있는 열차승무, 역무 등을 직접고용 범위에 포함시킬지와 관련해 전문가의 조정에 따르기도 한 것도 문제다. 노동자들의 운명을 문재인 정부의 하수인들에 가까운 전문가들에게 맡긴 꼴이기 때문이다.
직고용 대상에서 배제된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우를 “철도공사 동일·유사업무 노동자 임금 대비 80%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지만, 기한을 명시하지 않아 노동자들을 두 번 울렸다.
이렇게 직고용에서 배제되고, 처우개선 약속도 제대로 받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역 천막농성을 지속하려 했다. 하지만 사측이 “합의했으면 투쟁을 종료해야 한다”, “천막농성을 접지 않으면 다른 교섭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하자 철도노조 집행부가 천막농성 중단을 주문했다.

노동자의 학교

투쟁은 노동자의 학교다. KN지부, 로테코지부, 철도고객센터지부에서 농성투쟁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은 ‘정든 가족’처럼 끈끈한 단결력을 확보했다. 투쟁력도 강화했다. 처음엔 노조 가입원서를 쓰는 것도, 그 다음엔 선전전을 하기 위해 피켓을 드는 것도 낯설고 떨렸던 노동자들이 철도교통의 중심인 서울역에서 당당히 80일 동안이나 농성했다.
노동자의식도 커졌다. 철도공사가 처음에 “자회사 위탁업무는 직접고용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을 때, 그게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투쟁을 통해 문제의 뿌리는 철도 사측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역 농성장은 연대의 거점이었다. 철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꾸준히 연대했고,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과 학생들, 단체 활동가들도 지지방문했다. 서울역을 오가는 많은 평범한 노동자 민중이 날마다 농성장에 들러 지지스티커를 붙이거나 음료수를 사다 주며 힘내라고 했다.

중단 없는 투쟁

노동자의 힘은 1차적으로 숫자에서 나온다. 전문가 현장실사, 임단협 등을 앞둔 지금 현장을 순회하며 미조직 노동자를 노조로 최대한 조직할 필요가 있다. 철도 정규직도 감축정원 원상회복, 직무급제 저지 등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철도에서 자회사 노동자들을 직고용으로 전환하면, 발전 등 다른 공공부문 사업장의 자회사 노동자들도 직고용 전환을 강하게 요구할 것을 우려해 문재인 정부가 자회사 노동자 배제라는 가이드라인(가두리라인)을 철도에서 사수하라고 지시했다. 공공부문에서 정규직화 투쟁에 제동을 걸어야 민간부문 자본가들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자회사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서는 다른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비롯해 모든 노동자와 단결해 문재인 정부에 맞선 중단 없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명환